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그때부터였다. 공은 계속해서 그에게 돌아왔다. 패스하고, 슛하면 골이 들어가고, 전광판

“추락한 스트라이커”

축구 천재라 불리던 강민우. 그는 타고난 골 감각과 화려한 기술로 K리그를 평정했고, 유럽 무대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큰 부상을 당한 후 경기력은 급격히 추락했다. 클럽은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팬들은 그를 잊어갔다.

모든 걸 잃은 민우는 한국으로 돌아와 은둔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다시 축구를 할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라도 치를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런 그에게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깊은 밤, 폐경기장으로 오시오. 축구를 계속할 방법을 알려주겠소.”

처음에는 장난이라 생각했지만, 희미한 기대감이 그를 경기장으로 이끌었다.

폐경기장은 을씨년스러웠다. 조명이 모두 꺼져 있고, 관중석은 부서진 채 버려져 있었다. 민우가 중앙 서클에 서자, 저 멀리에서 한 남자가 나타났다.

검은 유니폼을 입은, 얼굴이 보이지 않는 선수.

그 선수는 아무 말 없이 공을 차기 시작했다. 마치 유령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며, 민우에게 공을 패스했다. 본능적으로 패스를 받은 민우는 슛을 시도했다. 그런데—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축구화가 땅에 붙어버린 듯, 몸이 얼어붙었다. 공은 멈추지 않고 흘러가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순간, 폐경기장에 있던 오래된 전광판이 번쩍이며 숫자를 표시했다.

“1”

그때부터였다. 공은 계속해서 그에게 돌아왔다. 패스하고, 슛하면 골이 들어가고, 전광판의 숫자가 하나씩 늘어났다.

“2… 3… 10… 50…”

몸이 점점 무거워졌다. 숨이 가빠지고, 다리가 천근만근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공은 멈추지 않았다. 상대 선수는 여전히 얼굴 없는 모습으로 서 있었고, 그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숫자가 99가 되었을 때, 민우는 마지막 슛을 준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골문 앞에… 그가 서 있었다.

부상을 당했던 그날, 경기장에서 무릎을 부여잡고 쓰러졌던 바로 그 모습 그대로.

민우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발이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공은 그의 발밑에서 떨리고 있었고, 상대 선수는 천천히 다가왔다.

“네가 원한 거잖아.”

목소리가 들렸다. 익숙하면서도 섬뜩한, 마치 자신의 목소리와도 같은 소리였다.

그 순간, 전광판이 번쩍이며 숫자 100이 찍혔다.

그러자 폐경기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늘이 갈라지듯, 거대한 어둠이 그를 삼켜버렸다.

—다음 날 아침—

폐경기장에서 경찰이 신원을 확인했다.

“강민우 선수 맞습니까?”

시체는 축구화와 유니폼을 입은 채였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사라지고 없었다. 마치, 그곳에 존재했던 적이 없었던 것처럼.

그날 밤, 폐경기장의 전광판이 다시 켜졌다.

“0”

그리고 어딘가에서 또 다른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